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사회계열 고준현
서울대 입학하게된
고준현이라고 합니다.
(고려대 경영대학 동시합격)
재수를 처음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다시 한 번 1년을 입시 전쟁 속에서 치열하게 보내다가 중간에 공부에 염증을 느껴 풀어져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와는 달리 성인이 되었기에 적어도 법적으로는 자유로운 신분이 되었고, 또 주위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대학에 가서 캠퍼스 라이프를 누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옭아맬 수 있는 학원을 찾았고, 그런 와중에 소개받은 곧이 바로 타임입시학원이었습니다.
처음 학원에 통학하기 시작했을 땐 어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남부터미널역 앞 대로변에 놓인 회색 건물로 들어가 학교처럼 생활을 한다는 것은 12년 동안 거의 매일을 학교에서 보냈던 저에게 있어선 재수 생활의 이질성 그 자체였습니다. 교문도 없고 운동장도 없는 곳에서 매일매일 생활하면서 가끔씩은 문득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충을 나 자신만 겪는 것도 아니고, 다 미래를 위한 것이니 딱 1년만 고생하자’라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독여가며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약 2개월을 버티고 나니 그제야 학원 생활이 몸에 익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공부에 불이 붙었습니다.
학원 생활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학원에서 최대한 학교와 흡사하게 반이 운영되었던 것입니다. 담임선생님이 계셔서 매일 조회와 종례를 하고,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매주 테스트를 보아서 학원 수업에 태만해지지 않게 되는 등 학교의 운영 방식과 많이 비슷한 학원의 시스템은 처음에는 학원 생활을 어색하게 하는 요인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자신이 수험생이라는 사실을 잊어먹지 않도록 다잡아 주는 등 좋은 쪽으로 많이 작용했습니다. 그 외에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이지만 자습 관리감독이 철저해서 반의 분위기가 흐려지지 않아 좋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선생님들 역시 저에게 큰 도움이 되어주셨습니다. 수업의 경우 대개 높은 난이도로 진행되었고, 선생님들께서 방대한 양의 과제를 뿌려주셨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업 외적으로도 좋은 말씀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들었고 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인생에 있어서 재수 1,2년 하는 것은 인생 전체를 돌아볼 때 굉장히 미미한 것이라는 말씀이고, 다른 하나는 재수가 인생에 있어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될 거란 말씀입니다. 이렇게 매 수업마다 선생님들께서 저희를 다잡아주시는 말씀을 해주셔서 마지막까지 크게 흔들리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재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재수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8할이 자기 자신, 즉 내적 요인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외적 요인에 해당하는 2할 역시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자의 8할을 채우는 것은 자기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필요로 하지만, 후자의 2할은 현명한 선택 하나만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마치면서 지난 1년 동안 저를 잘 관리해주시고 신경써주신 정찬흠 담임선생님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 좋은 덕담을 많이 해주신 최선묵 선생님, 민주적이셨던 양진문 선생님, 언어의 도를 알려주신 손관길 선생님, 열강으로 저희를 괴롭혀주셨던 김대희 선생님, 더위를 많이 타셨던 정기현 선생님, 은둔고수 이광수 선생님, 칠판을 아작 내셨던 윤혁 선생님, 적중률 높은 이열 선생님, 수업에 힘써주신 최성수 선생님, 수업을 즐겁게 만들어주신 정석현 선생님, 저희들의 아이스크림 등쌀에 고생하신 심용환 선생님, 까불어도 다 받아주신 이선태 선생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시던 임정환 선생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수고한 동기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